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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t Journal

향기가 감정에 미치는 뇌과학 – 후각과 뇌의 연결

by Scent Editor 2025. 5. 27.

저는 아침마다 출근 준비를 하며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향기를 고릅니다.
페퍼민트로 잠을 깨우거나, 자몽으로 기분을 끌어올리는 루틴.
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며 반복했던 이 향기 의식이 이제는 저만의 ‘작은 리셋 버튼’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왜 어떤 향은 기분이 좋아지고, 어떤 향은 괜히 울컥해질까요?
단순히 기분 탓은 아닐 텐데요.

 

그래서 오늘은,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나눴던 ‘향기 루틴’에서 잠시 벗어나,
향기가 감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 뇌과학적 원리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후각은 왜 특별할까? – 감정과 가장 가까운 감각

시각, 청각, 촉각, 미각… 대부분의 감각은 대뇌의 시상(thalamus)이라는 중계소를 거쳐 정보가 처리/전달돼요.
그런데 후각만은 예외입니다.

 

후각은 시상을 거치지 않고 정보가 곧장 뇌의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변연계(limbic system)로 전달돼요.
이 덕분에 향기는 유난히 빠르게, 그리고 강하게 감정과 연결될 수 있는 겁니다.

후각의 신경 경로 – 뇌 깊숙이 연결되다

향기 분자는 코 안쪽의 후각 상피에 도달해 수용체를 자극하고,
이 자극은 후각신경을 따라 후각망울(olfactory bulb)로 전달됩니다.

 

후각망울은 곧장 다음의 뇌 부위로 연결됩니다:

  • 편도체(Amygdala) – 감정 반응을 조절
  • 해마(Hippocampus) – 장기 기억 저장
  • 피리폼 피질(Piriform cortex) – 냄새 식별
  • 내후각 피질(Entorhinal cortex) – 공간 기억과 연결

후각과 감정의 관계를 상징하는 추상적 뇌 구조와 향기 요소의 일러스트
향기는 감정과 기억에 직접적으로 닿는 유일한 감각 – 후각과 뇌의 연결

 

향기는 곧장 이 부위들에 신호를 보내 ‘기억과 감정’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유일한 감각인 셈이죠.

향기와 감정 – 왜 어떤 향은 우리를 울컥하게 할까?

이 독특한 구조 덕분에, 향기는 감정과 강하게 엮입니다.
어릴 적 외할머니 집 냄새, 좋아했던 사람의 향수, 혹은 여행지의 습한 나무 냄새와 같은 잊고 지냈던 기억이
향 하나로 불쑥 떠오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편도체는 감정(공포, 슬픔, 안도 등)의 처리, 해마는 에피소드 기억의 저장소 역할을 하기 때문에,
향기를 맡는 순간 감정 + 기억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겁니다.

향기롭게 정리해 보자면,

향기는 생각보다 훨씬 깊숙한 곳까지 도달합니다.
단지 코끝의 느낌이 아니라, 감정의 핵심을 다루는 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유일한 감각.

 

그래서 우리는 어떤 날엔 그저 향 하나에 울컥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엔 그 향 덕분에 일상을 조금 더 살아낼 수 있는 거겠죠.



다음엔 또 어떤 향기가 우리를 건드릴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 조용한 울림의 이유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이 글이 여러분의 하루에도 작지만 잔잔한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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