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살짝 더워야하는 늦봄인데 파랗지 못한 하늘을 보면 답답해지곤 합니다.
특히 어제와 오늘은 초미세먼지 수치가 '나쁨' 단계를 찍으면서, 하루 종일 공기청정기를 틀어놓고 있었어요.
원래는 집에 있을 땐 일부러 창문도 자주 열어놓는 편인데, 오늘은 5분도 채 못 열었어요.
바깥 공기가 더 나쁘게 느껴졌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달콤한 향기의 위험한 비밀>이라는 KBS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어요.
2012년에 방송된, 무려 13년 전 이야기더라고요. 근데 내용을 보자마자, 그냥 멍하게 볼 수 있는 영상이 아니었어요.
진짜 헉~ 😱 하고, 또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향기들, 예쁘고 기분 좋은 향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향기가 때론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사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제가 알아본 내용들에 대해 같이 나눠볼게요.
‘팝콘 폐’ 사건 – 향기 때문에 병이 난다고?
2000년대 초 미국에서는 ‘팝콘 폐(popcorn lung)’라고 불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전자레인지용 팝콘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한 명씩 폐가 망가지기 시작했어요.
숨이 점점 차고, 가래가 생기고, 숨쉬기가 너무 힘들어졌던 거죠.
결국 병원에서 진단받은 병명은 '폐세기관지염(Bronchiolitis Obliterans)'이었습니다.
이 질환은 폐 속의 가느다란 기도들이 딱딱하게 굳고 좁아지면서 공기가 잘 통하지 않게 되는 병인데, 한 번 생기면 되돌리기 어렵고 평생 치료를 받으며 살아야한다고 해요.
원인은 바로 팝콘에 들어간 ‘인공 버터 향’, 디아세틸(Diacetyl)이었습니다.
이 성분은 먹는 것에는 안전하다고 알려졌지만, 공기 중에 떠다니는 걸 들이마시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죠.
그런데,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방송은 2012년, 사건은 2000년대 초 일이었지만, 솔직히 지금 2025년의 우리 삶을 돌아보면 그렇게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여전히 방향제, 섬유유연제, 샴푸, 비누, 향수… 향이 없으면 뭔가 더 이상한 것 같은 느낌마저드는데...
이런 제품에 사용되는 향은 그 대부분은 합성 향료죠.
혹시 제품 뒷면 성분표를 자세히 보신 적 있으신가요?
“Fragrance”, “Parfum”, “향료”라고만 써 있다면, 그건 거의 100% 합성 향료입니다.
향료는 화학물질 수십 가지를 조합해서 만들어지고, 그 조합은 대부분 공개되지 않아요.
향기가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공기공해’다
특히 향기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이게 그냥 기분 나쁜 정도가 아니에요.
실제로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메스껍고, 심하면 호흡 곤란까지 옵니다.
이걸 ‘향기 과민증(MCS, Multiple Chemical Sensitivity)’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북미,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병원,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scent-free(무향) 정책’을 운영 중이에요.
입구에 “향수나 향기 나는 제품 사용을 삼가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고,
향기를 사용하는 것이 예의 없는 행동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천연 향료는 안전할까?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천연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해요.
맞아요. 천연 에센셜 오일은 식물에서 추출한 향기이고, 라벤더, 레몬, 유칼립투스 같은 향은 기분도 좋고 안정감을 주기도 하죠.
그런데! 천연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건 절대 아닙니다.
에센셜 오일은 식물의 향기 성분을 농축한 고농도 화합물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주의가 필요해요:
- 감귤류 오일은 햇빛과 만나면 피부에 화상을 입을 수 있어요.
- 유칼립투스, 로즈마리 오일은 어린아이에게 경련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라벤더, 티트리 오일은 일부 연구에서 호르몬 교란 가능성도 지적된 바 있어요.
합성 향료 vs 천연 향료, 어떻게 다를까?
항목 | 합성 향료 | 천연 향료 |
---|---|---|
원료 | 화학물질로 합성 | 식물에서 직접 추출 |
향 지속력 | 오래 감 | 금방 사라짐 |
가격 | 저렴함 | 비쌈 |
안전성 | 일부는 독성/자극 강함 | 사용법에 따라 안전하지만 주의 필요 |
성분 투명성 | 대부분 비공개 | 원료명, 식물명 표시 가능 |
환경 영향 | 생산과정에서 환경오염 유발 가능 | 지속 가능성 높음 (브랜드별 차이) |
향기롭게 정리해 보자면,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못 여는 날, 우리 집 공기는 더 안전할까요?
공기청정기를 틀고 있지만, 디퓨저와 방향제가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더 위험한 공기 속에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향기는 분명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하지만 향기가 ‘공기처럼 늘 마셔지는 것’이라는 걸 안다면,
이제는 우리가 향기에 대해서도 조금은 비판적 시선과 섬세한 배려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글을 읽은 당신만이라도, 오늘 향기를 한 번 더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부터, 향기를 선택하고 사용할 때 더 조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래된 다큐멘터리이지만 향에 관심있으시다면 직접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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