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로마 오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저는 이미 향수를 매우 좋아하고 있었어요.
둘 다 ‘향기’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처음엔 “어? 이 라벤더 오일이 향수 대신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금방 깨달았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목적도, 성분도, 향의 구조도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요.
요즘은 ‘천연 성분’이나 ‘비건 향수’ 같은 트렌드 덕분에 아로마 오일과 향수의 경계가 더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에센셜 오일과 향수는 태생부터 완전히 다른 존재예요.
그래서 향수에 대한 관심도 지대한 저는.. 향수 카테고리를 새로 열기로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둘의 근본적인 차이를 아주 쉽게 한 번 정리하면서 Perfume Notes 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둘 다 향기는 있지만, 쓰임은 다르다
에센셜 오일은 식물에서 추출한 고농축 정유입니다.
보통 잎, 꽃, 껍질, 뿌리, 수지 등에서 증류하거나 압착해서 얻은 100% 천연 원액이죠.
향기는 이 오일이 가진 부수적인 특성이고, 원래 목적은 치유나 심신 조절에 사용되는 ‘기능성 오일’이에요.
반면, 향수는 향기를 중심으로 설계된 ‘향기 디자인 제품’입니다.
향을 오래 유지하거나, 나만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목적이고,
성분 또한 단순히 자연에서만 온 것이 아닌 합성 향료, 안정제, 알코올 등이 포함돼 있죠.
비교해볼까요? – 에센셜 오일 vs 향수
항목 | 에센셜 오일 | 향수 |
---|---|---|
정의 | 식물에서 추출한 고농축 천연 오일 | 향료 + 알코올로 만든 향기 제품 |
성분 구성 | 100% 천연 (싱글 or 블렌드) | 천연+합성 향료 + 알코올 + 보존제 |
목적 | 아로마 테라피, 기능성 중심 | 향기 표현, 분위기 연출 |
향 지속 시간 | 짧음 (30분~1시간) | 길음 (2~10시간 이상) |
피부 사용 | 희석 후 사용 (캐리어 오일 필요) | 직접 분사 가능 (단, 피부 민감 시 주의) |
가격대 | 보통 저렴하지만 종류에 따라 다양 | 브랜드, 농도, 성분에 따라 고가 다양 |
예를 들어볼게요
제가 예전에 라벤더 에센셜 오일을 향수처럼 써보려 했던 적이 있어요.
캐리어 오일에 2~3방울 희석해서 손목과 귀 뒤에 발랐는데, 향은 금세 사라지고
오히려 피부에 기름기가 남아 끈적이는 느낌이 났어요.
반면 라벤더 향이 나는 향수를 뿌리면, 가볍고 산뜻하게 퍼지고 몇 시간 동안 은은하게 남죠.
그 경험 이후로 저는 ‘에센셜 오일은 치유를 위한 것’,
‘향수는 표현을 위한 것’이라는 구분을 더 명확하게 하게 됐습니다.
에센셜 오일을 향수처럼 쓸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이 질문을 하세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YES, BUT... 입니다.
- 단독 에센셜 오일을 향수처럼 쓰기에는 지속력이 약하고,
- 희석이 필요하며,
- 향의 확산력이 낮기 때문에 향수처럼 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천연 향수’를 만들기 위해 에센셜 오일을 블렌딩하고,
알코올 베이스에 희석해 내가 원하는 천연 퍼퓸을 DIY하는 건 가능합니다.
(단, 여기에도 정확한 농도와 안전한 사용법이 필요해요.)
향수를 고를 때도, 오일 감각은 살아난다
향수를 고를 때 에센셜 오일 경험이 있다면,
향의 노트 변화나 원료의 특성을 더 잘 느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베르가못, 로즈, 샌달우드 같은 오일들은 향수에서도 자주 쓰이는데,
오일로 먼저 접해본 사람은 이 향을 맡았을 때 “아, 이건 진짜네” 또는 “이건 좀 인공적이네” 같은 감각이 더 뚜렷하죠.
이제부터 perfume notes 카테고리에서는
이런 향의 언어를 더 자세히, 깊이 있게 다뤄볼 예정이에요.
브랜드별 향수 리뷰, 향조의 구조, 향수 고르는 법 등 향기의 미로를 함께 탐험해봅시다.
향기롭게 정리해 보자면,
에센셜 오일과 향수는 향기라는 공통점 아래 있지만,
기능, 구조, 목적, 감성 모두 다른 세계의 언어를 가지고 있어요.
둘 중 하나가 더 낫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순간에는 오일이, 또 어떤 날에는 향수가 우리를 위로해준다는 것.
다음 글에서는 향수의 ‘노트’란 무엇인지,
그 구조를 천천히 열어보며 우리만의 향기 사전을 하나씩 채워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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